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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뉴스
일자 2021.12.11
제목 남양주 '불법 번식장'서 구한 개 251마리…"살려주세요"
[WEACT 남양주 불법번식장 구조_머니투데이 2021.12.11]

위액트 등 동물보호단체 3곳, 불법 번식장 4개 동서 251마리 구조,
1마리는 죽은 채 발견…푸들·몰티즈 등 소형견들 발정제 맞아가며 새끼들 낳아,
"현장 봉사자 턱없이 부족해 긴급 상황, 도와주세요"


남양주 번식장에서 구한 개. 시력을 거의 상실했다./사진=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지난달 24일, 12시. 경기도 남양주의 한 창고 건물 뒤에서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울타리가 높아 내부는 철저히 가려져 있었다. 동물 보호 단체 위액트(WeACT) 활동가들이 확인한 결과, 그곳은 '개 번식장'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급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개들이 강제 임신을 당하고, 온 힘을 다해 낳고, 그리 낳은 아이들을 뺏기고,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다는 곳이라 했다. 그 과정을 반복하다 더 버티지 못하면 죽거나, 다른 도살장에 넘겨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액트는 그곳에 최소 100마리의 개들이 있을 것으로 파악했다.

그 많은 개를 살리겠다는 건, 실은 매우 무모한 거였다. 병원비만 해도 얼마가 들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위액트 활동가들은 우연히 들은 개들의 울음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살려달라는 외침 같았다. 추위를 온몸으로 견디는 개들 생각에, 따뜻하게 지내는 하루마저 죄스러웠다.

임신과 출산만을 반복하다 춥고 쓸쓸히 맞는 죽음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다. 능력이 부족해서 구하지 못했다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개들을 구조하기로 했다.

오물 천지인 4개 동에, 무려 251마리 사육…소유권 포기 받아 '구조'


남양주 개 번식장 내부 전경. 철로 된 뜬장에 개들이 들어가 있다./사진=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기나긴 전쟁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위액트는 다른 동물 보호 단체 두 곳과 협력해 12월 6일, 번식장을 급습하기로 했다. 전날인 5일 밤부터 아침까지, 밤새 한 생명이라도 빼돌리지 못하도록 현장을 지켰다. 희망 없는 밤은 마지막이길 바랐다.

6일 아침 8시 30분, 위액트와 시민 활동가 50여 명은 번식장을 급습했다. 남양주 시청 동물복지팀, 건축팀, 환경팀 직원들도 오전 10시에 도착했다. 2시간이 넘는 실랑이 끝에 현장에 진입했다.

당일 파악된 번식장의 규모는 예상보다 더 컸다. A동, C동, D동 등 세 동에 161마리가 있었다. 환경은 열악했다. 통풍이 잘 안 되고 오물 천지라 악취가 심했다. 소유주들에게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았다.


이미 '사체'로 발견된 개./사진=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다음 날인 7일 아침, 잠겨 있던 E동의 문도 열렸다. E동엔 개 87마리가 있었고, 1마리는 진드기에 뒤덮인 채 이미 죽어 있었다. 그럼에도 E동 소유주는 "애지중지 키웠는데 어떻게 그게 학대냐"라며 소리쳤다. 남양주 시청 직원들은 동물보호법 제8조 '동물 학대' 위반으로, 개들을 긴급 격리조치 했다. E동 소유주에게도 포기 각서를 받았다.

그렇게 번식장엔 총 4개 동에 걸쳐 251마리가 있었다. 산모 견들이 있는 현장에선 자궁수축을 유도하는 분만 촉진제, 항생제 등 약병이 함께 발견됐다.

시력 상실에, 자궁축농증에, 온몸 떨며 신경 이상 보이기도


남양주 번식장에서 구조한 개들./사진=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번식장 세 동의 개들은 수의사 도움으로 기본 검진을 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개들의 건강은 그리 좋지 않았다. 29마리가 병원에 가야 했다.

아이들 몸에 남겨진 흔적이 그간 어떤 삶이었는지 짐작케 했다. 시력이 거의 상실된 개도 있었고, 피부병에, 슬개골과 고관절이 안 좋은 개들도 많았다. 발바닥 패드가 망가졌거나 외이도염(귀 염증)이 심각하거나 자궁축농증 수술을 받은 개도 있었다. 온몸을 떨며 신경 이상 반응을 보이는 개도 있었다. 임신으로 불어터진 젖 사이로 아물지 않은 제왕절개 흔적도 보였다.


/사진=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함형선 위액트 대표는 "모든 아이들이 유선 종양은 기본이고, 이빨은 어금니와 송곳니가 일자로 돼 있는 등 좋지 않아 사료를 일일이 다 부수어, 부드러운 간식과 섞어 급여해야 했다. 이것저것 섞은 사료짬을 먹이느라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여자 개들은 새끼를 하도 빼다 보니 탈장이 너무 심하고 자궁이 완전히 쪼그라든 애들도 있었다""통상 번식을 이렇게까지 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위액트가 구조 후 번식장에서 태어난 뒤 무지개다리를 건넌 새끼강아지./사진=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번식장서 태어난 한 새끼강아지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눈도 못 뜨고 이름도 못 불렸으며, 가장 자그마했다. 위액트 활동가가 말했다. "미안해, 아가. 우리가 너무 늦게 왔어."

개장수 등 막으려 밤낮없이 지켜…"현장 봉사자 절실, 단 1시간이라도 함께해주세요"


현장의 개들을 지키고 있는 봉사자 및 활동가들./사진=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구해낸 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251마리에 출산 예정인 개들까지 합치면, 총 300여 마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평균 나이도 비교적 많은 편이다.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뒤, 치료를 받게 하고 새 삶을 살게 해줘야 한다.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짧은 관심과 동정이 아닌, 꾸준하고 오래도록 지치지 않는, 실질적 도움이 절실하단 얘기다.

현재는 번식업자, 개장수들이 호시탐탐 빼돌리려 하고 있어, 현장 활동가와 봉사자들이 24시간 개들을 지키고 있다. 전기, 물 사용도 여의치 않아 추운 겨울에 고체 난로를 피워놓고 버티고 있다. 자기 일은 따로 하면서 월급도 안 받는, 위액트 활동가들은 나가서 12시간씩 현장에 머물러 있다.


/사진=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그러니 현장 봉사자들이 가장 필요한데, 턱없이 부족하다. 251마리를 5명 남짓한 활동가가 돌보고 있다. 이 적은 인원이 하루에도 지형이 험한 현장을 몇 번씩 오가며, 사료와 물을 주고 있다. 남양주 번식장 봉사자 단톡방에선 10일 밤까지, 봉사자가 없어 걱정이라는 탄식이 오갔다. 함 대표는 "가장 필요한 건 밤에 지킬 사람인데, 봉사자가 부족하다"고 했다. 위액트 활동가는 "1시간이라도 함께 밤을 지켜주세요"라고 청했다.

꾸준한 후원도 절실하다. 251마리의 개들을 일단 옮길 곳이 필요해, 근처 창고를 알아보고 있다. 임대료가 월 450만 원에 달하고, 치료비도 많이 들 것으로 보인다. 현장서 함께 봉사하고 있는 이순영 동물보호 활동가는 "길게 봤을 때 최소 4억 2000만 원 이상은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후원방법 : 위액트 후원 홈페이지(https://secure.donus.org/weactkorea/pay/step1)
▶남양주 번식장마을 현장 봉사 신청 : 카카오톡에서 weACT 친구 추가 후 오픈채팅방 참여.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