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구조후기
일자	2022.08.24
제목	외양간에방치된아이들
어느 시골마을, 소 외양간에 몇십 마리의 개들이 갇혀 방치되어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위액트는 다음날 새벽 구조를 위해 출발했습니다. 현장에서 마주한 아이들은 참담한 모습으로 지붕 사이 떨어진 빗물, 서로의 소변을 마시며 버티고 있었습니다. 외양간 내부는 쉬이 숨을 쉴 수도 없을 정도로 심한 악취와 분뇨 더미가 가득했습니다. 아이들 얼굴은 털과 오물,진흙이 뒤섞여 얼굴과 몸조차 구분조차 어려웠고, 바닥에 뿌려준 사료들은 오물과 뒤섞여 음식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구조를 진행하던중 태어난지 1주일이 채 안되보이는 새끼강아지 3마리도 발견되었습니다. 외양간 내부는 그야말로 지옥이었고, 방치된 아이들은 처참했습니다. 정확한 현장 상황과 개체 수 를 파악한 후 상태가 심각한 개체 25마리를 1차 선 구조하기로 하였습니다. 바닥엔 아이들의 분뇨가 두께 40cm 이상으로 쌓여 걸을 때 마다 발이 푹푹 빠지는 외양간..  악취는 물론, 모기와 파리떼가 끊임없이 주변을 맴돌고 벽돌 아래는 구더기가 득실거렸습니다. 오물과 분뇨가 섞여있는 물과 사료를 먹으며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외양간 소유주에 의하면 유기견이 불쌍해 데려온 처음의 5마리가 자가번식으로 금세 42마리로 불어났다고 합니다.  중성화, 그리고 중성화의 중요성에 무지했던 소유주, 그리고 손을 쓸 새도 없이 늘어나는 아이들.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소유주는 주기적으로 외양간에 방문해 사료가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소유주는 구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며, 아이들의 안전과 향후 계획을 몇 번이나 물어보셨고 애정과 걱정을 표했습니다. '무지'에서 시작된 이번 방치학대 사건은 소유주의 개인적인 상황이 함께 뒤엉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아이들을 시보호소로 보내지 않기 위해서, 유기견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현장을 지켜보던 동네 주민들은 "이렇게 되기 전에 손을 썼어야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혀를 끌끌 차셨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누군가가 도움의 손길을 주었다면, 아이들은 이 지옥을 경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위액트는 몇 해 전, 시청 직원이 외양간에 방문을 했지만 "'소유주'가 있는 아이들은 유기견이 아니다."라는 답변과 함께 이 지옥을 묵과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병원에 이동한 아이들, 속속들이 크고 작은 질병에 감염되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게다가 아직은 사람을 너무 경계하는 탓에 추가 진료를 보기 어려운 상태이며, 바닥에 힘 없이 늘어져 있던 새끼들의 어미를 가까스로 찾아 수유를 시작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배 속에 7마리의 생명을 품고 있는 만삭의 모견은 5일 안에 출산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장 방문 전 대략적으로 파악된 개체 수는 30마리 내외 정도였으나, 당시 파악된 개체 수는 산모견부터 갓 태어난 아기들까지 총 42마리. 오물로 뒤엉킨 털 갑옷 때문에 걷는 것 조차 어려운 4마리, 아직 눈도 뜨지 못한 5마리 아가들과 두 어미견 등 총 23마리를 먼저 구조했습니다. 아이들은 검진을 위해 서울 협력 병원으로 즉시 이동했습니다. 몇 시간에 걸쳐 벗겨낸 것은 켜켜이 쌓인 지옥의 세월. 털 갑옷을 들어내면서 진드기들이 발견되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기생충성 질환인 지알디아 양성을 보였습니다. 또한 추정 나이 5살 이상의 아이들은 심장사상충 3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직 1살 미만의 어린아이들은 현재까지 심각한 질병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잠복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합니다. 외양간 밖을 처음 나온 아이에겐 모든 것이 낯설고 무섭습니다. 그래서인지 밥을 먹지 않거나 진료를 봐주시는 선생님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까지 그저 몰랐을 뿐, 처음 느껴보는 다정한 손길에 점점 호기심 어리고 애정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입니다. 8월24일, 8월27일, 그리고 8월 31일 3차 구조를 마지막으로, 문경 한 시골 마을 외양간에 남겨진 개는 없습니다. 총 3차에 나눠 진행된 구조에서 악취와 오물을 헤치고 48마리의 아이들을 위액트의 품으로 끌어안았습니다. 이제 처참했던 외양간은 비었지만, 중성화의 중요성에 무지했던 소유주로 인한 아이들의 고통은 다양한 형태로 남았습니다. 한 마리의 생명이 태어나 무탈히 자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기 위해 끝까지 버텨주고, 이렇게 위액트의 품에 와주어서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위액트는 악착같이 살아남은 이 아이들을 끝까지 지켜낼 것입니다. 함께 이 아이들을 끝까지 지켜바주세요. 아이들에게 외양간 밖의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지옥에서의 구조는 지금부터가 진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