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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2022.07.20
제목 아침에 꼬리 흔들던 까만 개가…점심 전에 '해체' 되었다
[WEACT 정읍초복도살_머니투데이 2022.07.20]

전라도 한 동네서 "개고기 파티한다"는 말에 달려가 다섯 생명 구해낸 위액트 활동가들…잔혹하게 도살된 개 두 마리의 장례식, "죽은 뒤에야 처음 생긴 이름, 그곳에서라도 맘껏 뛰어놀라고"


16일 동물보호단체 위액트가 "개를 도살하려 한다"는 제보를 받고 갔던 전라도의 한 마을.

새벽 5시에 도착해 활동가들이 죽이지 않도록 감시했으나, 끝내 두 마리는 도살되었다.

몸보신이라는 명목으로, 매년 복날을 앞두고 수많은 개가 잔인하고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대량 도살되어 나간다./사진=사단법인 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컴컴한 새벽 2시. 동물보호단체인, 사단법인 '위액트(WEACT)' 활동가들이 차를 타고 내달렸다. 서울서 출발해 부리나케 향한 곳은 전라도 한 동네였다. 거기서 "개고기 파티가 열릴 예정"이란 제보를 받았었다. 까만 개를 먹을 거라 했다. 활동가들은 불안하고 초조했다. 하필 그날은 초복(16일)이었다.

출발한 지 3시간만인 새벽 5시에 현장에 도착했다. 작은 동네라 낯선 이들의 방문을 의아해했다. "어디서 왔어?"라고 동네 사람들이 물었다. 활동가들은 운동하는 척하며 자연스레 보이려 했다.

그러면서 제보받은 집으로 갔다. 거기엔 세 마리의 개가 있었다. 모두 살아 있었다. 일단은 안도했다. 근처에 주차해놓고, 혹시나 개를 도살할까 싶어 예의주시했다.


위액트가 제보를 받고 찾아간 집에는, 세 마리의 개가 있었다.

16일 오전 8시 20분까지만 해도 세 마리 다 살아 있었으나,

맨 오른쪽 까만 개가 잠시 뒤 사라졌다./사진=사단법인 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개 소유주는 새벽 6시부터 밭일을 하러 움직였다. 몇 번을 왔다 갔다 했으나 아무 일 없는 듯 보였다.

오전 8시부터는 활동가들도 긴장이 조금 풀렸다. 함형선 위액트 대표는 그때 그리 생각했단다. '차라리 이 제보가 틀린 거였으면 좋겠다. 새벽부터 멀리 왔어도, 아무 희생도 없는 게 가장 좋은 거니까.'

활동가들은 틈틈이 개들이 잘 있는지 확인하러 갔다. 개 주인은, 밭일하러 집을 비운 터였다. 불과 한 시간 전인 오전 8시 20분까지도 세 마리 모두 살아 있었었다.


까만 개는 사라지고 집만 남았다. 현장에 도착한 위액트 활동가./사진=사단법인 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그런데 불과 한 시간만인 오전 9시 30분, 까만 개 한 마리가, 돌연 사라져버렸다.

귀 젖히고 꼬릴 흔들며 반기던…너무 착했던 '까만 개'의 죽음


꼬리를 흔들며 반기던 까만 개는, 초복날(16일) 아침 도살되었다./사진=사단법인 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위액트 활동가들은 부리나케 밭으로 뛰어갔다. 살아 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똑같았다. 홀연히 사라진 개를 떠올렸다.

어려 보이던 까만 개. 어려서 설마 먹을 거라 생각 못 했던 그 개. 새벽 5시에 처음 만났을 때, 활동가들을 보고 꼬리를 막 흔들던 그 개. 좋아서 귀를 젖히고 어쩔 줄 모르던, 너무너무 착한 개. 눈을 마주친 활동가마다 '성격이 너무 좋다'며 호감을 느꼈던 그 개.

그리고, 개 주인이 밭으로 데려갈 때, 아마도 놀러 나간다고 생각해 좋아했을지도 몰랐을 그 개.

밭에 도착했을 때, 그 개는 이미 해체되어 있었다. 그 표현이 적확했다. 목은 전봇대에 매달고, 털은 토치로 태우고, 죽은 개는 네 등분을 하고, 목을 자르는 광경을, 활동가들은 직접 목격했다. 이미 도살된 뒤 물속에 담긴, 다른 개 사체 한 구가 더 있었다. 함 대표는 "집에서 쓰는 식칼 하나로 해체를 다 했더라. 어떤 게 심장인지, 허파인지, 모양도 완벽했다. 그렇게 해체돼 있었다"고 했다.


개를 도살하기 위해 목을 매달았던 기둥. 살려고 발버둥 친 흔적이 남아 있다./사진=사단법인 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개 주인에게 추궁하니 "너구리를 잡고 있었다"고 둘러댔단다. 위액트 활동가들은 경찰에 신고했다. 정읍시청 담당자도 현장에 왔다. 개 주인은 결국 개를 죽인 사실을 인정했다. 함 대표는 "개 주인이 '누가 먹으라고 준 건데 왜 뭐라고 하느냐'고 했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뭐가 잘못인지도 모르는 그에게, 활동가들이 동물보호법에 대해 말했다.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 :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와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를 위반할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둘은 안타깝게 보냈으나…다섯 마리를 살리다


현장에서 마주한 또 다른 개장수 트럭. 여기엔 세 마리가 있었고, 모두 구조했다. 트럭의 뜬장은 철거 후 부쉈다./사진=사단법인 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두 마리는 이미 도살됐으나, 남아 있던 개 두 마리는 소유권을 포기 받고 구조했다. 살릴 수 있었다.

죽은 개들의 장례를 치러주기로 했다. 그런데 무더운 여름이라 죽은 개 사체에 파리가 꼬이기 시작했다. 활동가들은 냉동 트럭을 불렀다. 트럭이 오길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개장수 트럭을 잡으려 쫓아가다 땅바닥에 떨어져 구른 함형선 위액트 대표./사진=사단법인 위액트 함형선 대표(@we.a.c.t)
개장수 트럭을 잡으려 쫓아가다 땅바닥에 떨어져 구른 함형선 위액트 대표.
/사진=사단법인 위액트 함형선 대표(@we.a.c.t)
그때 "개 삽니다"라고 외치며 다니는 개장수 트럭을 만났다. 다가가 "뭐 하세요?"라고 물으니 트럭이 갑자기 후진했다. 함 대표는 '사람이 있으면 안 달리겠지'란 생각으로 트럭을 잡았다. 같이 달리다가 트럭의 속도가 오르자, '이러다 죽겠다' 싶어 놓았다. 그대로 땅바닥에 곤두박질쳐서 두 바퀴를 굴렀다. 어깨와 무릎, 다릴 다쳤다. 피가 뚝뚝 떨어졌다.

사람이 다친 걸 본 뒤에야, 개장수가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단다. 함 대표는 '다친 것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고, 그 트럭에 있던 개 세 마리를 살렸다. 트럭에 있던 철제 뜬장은 없앴다.


개장수 트럭을 쫓아가다 다친 함형선 위액트 대표의 상처./사진=사단법인 위액트 함형선 대표(@we.a.c.t)


나중 얘기지만, 그렇게 해서 집으로 돌아간 뒤 남편이 "그렇게 해서 살렸으면 잘했다"고 했단다. 그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 잘 알기에 건넨 응원이었다.

죽은 뒤에야 처음 생긴 이름, '런(Run)'과 '프리(Free)'…"부디 편히 뛰어놀라고, 거기서라도"


이름도 없었던 두 개의 장례식. 런(Run)과 프리(Free)라고 죽은 뒤 이름을 지어줬다.

그곳에서나마 자유롭게 뛰어놀라고./사진=사단법인 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다섯을 살렸으나 둘을 살리지 못한 죄책감에 힘들었단다. 함 대표는 이렇게 자책했다.

"결국, 살리고 싶었던 그 개를 못 데리고 와서 스스로 용서가 안 되더라고요. 마음이 그랬어요. 현장에서 본 참혹함을 몇 번이고 떠올리고, 되뇌었지요. 어떻게 하면 너를 구할 수 있었을까. 몇 명이 더 내려갔다면 살렸을까."

함 대표는 인터뷰하는 와중에 또 울먹였다. 트럭에서 떨어져 다친 몸은, 일요일까지 누워 지내며 회복했다고. 그러나 마음은 쉬이 나아지지 않은 듯했다. 그래도 다섯을 살리지 않았느냐며 울음을 참고 그에게 위로를 건넸다. 그 죽음으로 개들을 더 살린 것 맞다면서도, 함 대표는 죽은 아이를 향해 '덕분에'란 표현은 차마 쓰지 못했다. 그렇게는 차마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도살당한 두 개의 장례를 치러주었다. 네 등분 되어 있던 몸을 하나로 맞춰주었다. 마지막 길이나마 수의를 입히고 명복을 빌어주었다. 메모지에 저마다 말을 남겼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너무 예뻐서 빨리 데려간 거라고. 다신 고통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살라고. 분홍빛 꽃 몇 송이가, 개들 앞에 곱게 놓였다.


마지막 가는 길에 남겨준, 명복을 비는 메모들./사진=사단법인 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죽은 두 개에게 이름도 지어줬다. 개 주인에게 그들이 이름이 있었느냐고 묻자, "처음부터 먹을 거라 안 지었다"고 했단다. 그러니 죽은 뒤에야 이름이 처음 생긴 거였다. 각각 '런(Run : 달리다)'과 '프리(Free : 자유로운)'라고 지어줬다.

함 대표에게, 개의 이름을 왜 그리 지어줬느냐고 묻자 그가 이렇게 답했다.

"평생 묶여 살거나 뜬장에 있었을 거잖아요. 무지개다리를 잘 건넜다면 거기서라도 편히 뛰어다니고 놀라고요. 그리고 이렇게도 빌어줬어요. 다시는 '대한민국의 개'로 태어나지 말라고."


다행스럽게 구해낸 다섯 마리의 개들. 왼쪽부터 위액트재그와 라임, 오드리, 신디, 대프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한 후원이 절실하다. /사진=사단법인 위액트 인스타그램(@we.a.c.t)


에필로그(epilogue).

저희가 개들을 구하러 간 초복 날, 동물보호단체들이 모여 집회를 하고 행진을 했어요. 개식용을 멈추라고요.

반려인구가 1500만명인데요. 시민들이 거기에 400명 나왔다고 합니다. 1500만명 중 400명이요. 그랬다고요. 사실은 정말 중요한 사안이라 느끼지 않는 거지요.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도 집안에만 제한돼 있는 거예요. '먹어도 되는 개'라고 생각하는 거고요. 법이 바뀌어야 하지요. 그건 당연한데요. 그러려면 국민 인식이 바뀌어야 하지요.

죽은 개가 '푸들'이었으면 뉴스에 좀 나오지 않았을까요.

함형선 위액트 대표의 그 말에, 개농장에서 만났던 개들의 표정이 빠짐없이 떠올랐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눈, 반갑다며 젖히던 귀, 세차게 흔들리거나 두려워 내려와 있던 꼬리, 가끔씩 핥아주던 혓바닥의 온기.

흔히 반려견이라 불리는 개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었던.


동물단체연합인 '개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국민행동'이 초복이었던 16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개식용 반대 집회를 열었다./사진=뉴스1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