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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2022.03.09
제목 "자식같이 키웠는데…" 산불에 화상 입은 소, 결국 숨졌다
[WEACT 울진 산불 구조_중앙일보 2022.03.09]



7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소곡1리 자신의 집 외양간에서 산불에 화상을 입은 소를 김일석씨가 쓰다듬고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4일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로 살던 집을 몽땅 태운 김일석(70)씨. 매일 두 차례 대피소에서 차량으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자신의 집을 찾아 다친 소에게 먹이를 주며 보살폈지만, 소는 끝내 8일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김씨는 “아무리 짐승이라도 자식같이 키운 소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숨을 거둔 소는 김씨의 집을 모두 태우고 축사로 번져온 산불에 큰 화상을 입었다. 이후 뜀박질을 하다 다리가 부러졌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고통에 떨어야 했다. 처음엔 김씨가 주는 사료를 먹었지만 고통이 심해지면서 사료도 먹지 못했다.

육우로 키워져 이름도 없이 식별번호로 불렸던 이 소는 지난 7일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가 ‘소원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돌보기 시작했다. 소원이 구조를 위한 모금 활동과 함께 항생제 치료도 하며 노력했지만 소원이는 결국 숨지고 말았다. 카라는 소원이를 위한 장례를 치러줬다.
소원이가 살던 축사 옆에는 김씨가 기르던 개와 닭도 산불에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다. 산불 현장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산불로 무너진 집 마당에 목줄이 묶인 개와 산불 직후 축사 문을 열어 바깥으로 대피한 가축들이 적잖이 눈에 띈다. 울진·삼척 산불로 불에 타 죽은 사육동물들의 수는 수백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7일 경북 울진군 북면 한 산불 피해 현장에서 화상을 입은 채 묶여 있는 개의 모습. 김정석 기자

동물보호단체 ‘위액트’도 울진·삼척 산불 현장을 살피며 위험에 처한 개 15마리를 구조했다. 6일 오전부터 경북 울진군 북면 마을 일대를 돌아다니며 불에 탄 집에 남아있던 강아지 7마리를 구조했고, 지자체 보호소에 있던 개 8마리를 구조해 수도권으로 이송했다.

위액트 측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대피소에 반려동물이 출입할 수 없고 피해 동물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지 않는다”며 “반려동물이 하루아침에 가족과 터전을 잃게 되는 허망한 현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국가적 차원에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려동물이나 가축 외에 울진군 일대에 살고 있는 산양 등 보호종과 각종 야생동물들의 피해도 극심하다. 울진군에 따르면 산양은 울진 지역에 120여 개체가 서식하고 있다. 산양은 절벽이 발달한 산악지대에 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며 천연기념물 제217호다.


동물보호단체 '위액트'가 산불이 난 경북 울진군 한 주택에서 동물들을 구조하는 모습. 사진 위액트

이번 산불로 울진 지역에서 산양 폐사와 같은 직접적인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산양의 서식환경이 파괴되면서 먹이 활동에도 큰 지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경북도는 산불 피해가 난 울진 축산농가 지원을 위해 지역 축산단체와 함께 복구 지원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8일 기준 지역 축산농가 피해현황은 총 32호(한우 14, 양봉 18)로, 한우 송아지 5두 폐사, 벌통 2200군 전소, 화재로 인한 축사와 축산시설 파손 11호, 볏짚 소실 2500개 등으로 파악됐다.


8일 신속기동부대 해병대원들이 울진읍 대흥리 용천사 주변에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뉴스1

경북도는 축사 등 시설‧기자재 피해를 입은 농가를 대상으로 축사시설현대화사업과 축산분야 ICT융복합 확산사업(보조 30%) 대상자로 최우선 선정하고 피해농가에 사료구매자금을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또 한우농가에는 축산기술연구소에서 생산한 한우 우량정액과 수정란을 우선 공급하고 피해 양봉농가에 대해서는 벌통·화분 등 양봉 지원 사업에 추경예산을 확보해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